에센셜 오일 : 향기에 사로잡히다
20세기 초에 프랑스 과학자 르네 모리스 가트 포세가 쓴 책에서 향기요법이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그 후로 식물을 치유, 종교, 화장품, 향수, 음식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 인류의 역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에센셜 오일은 여러시대를 거쳐 다양한 문화와 목적에 따라 발전해왔습니다. 여기에서는 에센셜 오일의 역사를 시대별로 살펴보겠습니다.
1. 에센셜 오일의 역사
고대인들은 약효를 가진 식물이 신비한 힘이 있는 자연의 혼이라 믿었고, 인류가 향유를 사용한 것은 훈향이 시초였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고대에는 식물의 즙을 이용해 상처를 치유하거나 식물이나 나무를 태워 향을 맡기고 하고, 식물의 정유를 이용해 발향시켜 종교행사 때 악령을 내쫓는 기능과 제단에 바친 죽은 동물의 악취를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해 왔습니다. 또한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원시인들이 어떻게 향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사실은 그 당시 벽화와 유물 등을 통해 추정이 가능해집니다. 그 외 기원전 5,500년경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살던 수메르인들은 식물 이름, 처방전, 조제방법 등을 적은 치료법을 점토판에 적기도 하였으며, 앗시리아에서는 200여 종의 약초를 의약, 미용, 화장, 종교의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2. 에센셜 오일의 변천사
1) 이집트 : 이집트인들은 에센셜 오일을 이용하여 향수나 화장품을 만드는데 숙련되어 있었고, 약 5000년 전부터 에센셜 오일을 광범위한 목적을 사용한 최초의 민족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잘 알려진 만능 연고라 할 수 있는 Kyphi(키피)는 미르, 주니퍼베리, 스파이크나드, 카시아, 샤프란, 꿀, 시나몬, 송진, 사이프러스 등 16가지의 재료를 섞어 만들었습니다. 성직자이자 제사장인 이들은 오일의 방부작용을 알고 있어 시체 보존과 부패를 방지할 목적으로 사용하였고, 이를 미라(Mirae)로 불렀는데 이는 강한 방부작용을 하는 몰약(Myrrh)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기도 합니다. 1872년 이집트 테베 근처에서 발견된 파피루스에는 기원전 2,800년 이집트 고 왕국 쿠푸왕의 통치 기간 오일 사용에 대해 쓰여 있었고, 기원전 2,000년에 작성된 파피루스는 프랑킨센스, 머를, 갈바눔이 어떤 질병에 효과가 있는지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향 물질을 의료나 미용, 음식보존이 용도로 사용하였고, 주술, 미라 제작 등에 여러 향 물질을 섞어서 사용하였습니다. 1922년 투탕카멘의 무덤이 발견되었을 때, 향을 담은 항아리가 발견되었고 발굴 당시 3,000여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과하고 은은한 향기로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향유가 손에 묻으면 끈적한 고체에 가까운 물질이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유향과 몰약으로 추정됩니다.
2) 중국 : 중국 전통 의학에 있어 "황제내경"은 문자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 중에 영향력이 크고 생활양식을 포괄적으로 기록한 가장 오래된 대표적인 의학서적입니다. 명나라 때의 이시진이 편술한 '본초강목'은 16세기 이전에 쓰인 중국 전통 약물에 관한 백과사전식 책입니다. 본초강목은 중국 의학에 역사상 가장 완성도가 높은 의학 서적이고, 약용 성분이 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식물, 동물, 광물 목록들을 작성하고 분석하여 기록하였습니다. 중국에서는 에센셜 오일의 용도를 마사지와 침술 등 질병 치료에 유효하게 이용되었습니다.
3) 인도 : 산스 크리스트 어인 아유르 베다는 세계 최초 의학 경전으로 여기에는 700여 개의 유용한 방향식물과 이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특성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인도의 약용식물은 서양의학에서 치료의 목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향기요법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아유르 베다에서는 인간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은 자연에서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했으며, 몸의 불균형을 회복시키기 위해 체질과 개인의 상태에 맞추어 처방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주로 사용했던 오일들은 샌달우드를 비롯하여 진저, 몰약, 시나몬 등이 있으며, 베티버와 패출리는 인도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샌달우드는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신성시하게 사용되어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향유를 몸에 붓고, 악령을 내쫓기 위해 사원에 향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도 아유르 베다를 지침으로 환자를 치료했다고 전해집니다.
4) 그리스, 중동, 로마(유럽 중세) : 1세기경 네로 황제의 군의관인 디오스 코리데스(Dioscorides)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얻은 지식으로 약 500여 종의 식물에 관한 기록을 저술하였습니다. 이 책은 서양 본초학의 기초가 되었고, 여기에 포함된 약초는 바질, 버베나, 로즈, 카다몬, 로즈메리, 갈릭 등이 있습니다. 기원전 1,240년 유태인들이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대 이주를 할 때, 수많은 희귀한 고무수지와 오일들이 함께 이동되었습니다. 출애굽기(성경의 구약에서 소개되는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를 다룬 책 중 하나입니다)에 의하면 그들의 여정 중에 모세는 신으로부터 성유를 만드는 법을 전수받았는데 그 재료에는 미르, 칼라무스, 카시아, 시나몬, 올리브 등이 포함되었으며, 이 성유는 성직자가 봉헌할 때 세대에 걸쳐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네로 황제 시대에는 로즈 에센셜 오일을 애용하였는데, 왕비의 장례식에도 사용하였고, 그 당시 중동의 10년 생산량에 해당하는 로즈 오일을 단 하루 만에 사용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로즈 에센셜 오일을 아주 많이 소비했습니다. 3세기경에는 1,600명의 사람을 수용할 만한 거대한 목욕탕이 건립되었는데, 목욕탕을 사교의 장으로 삼고 점령한 곳곳에 목욕탕을 지었으며, 따라서 목욕용 향품 제조가 많았습니다. 거대한 목욕탕 이용 당시 타임, 로즈메리, 세이지, 펜넬, 로즈, 캐모마일 오일들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A.D. 980년 아비 세르나는 아랍 최고의 내과 의사로서 800가지 식물의 정유가 인체에 끼치는 효과에 대해 기술하였습니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냉각코일(쿨링시스템)을 사용한 증류 추출 법을 고안하여 순수한 오일의 추출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후 냉각장치 개발로 오일에 대한 인식이 부활을 맞이하여 유럽으로 전해지게 됩니다. 증류 장치의 개발로 알코올이 아라비아에서 제조된 이후 유럽에 알려지면서 향수의 알코올이 첨가되기 시작했으며, 지금의 "오뜨 뚜알렛" 풍의 향수인 것이 헝가리 워터입니다. 헝가리 워터는 로즈메리 오일을 에탄올에 녹여 만든 것인데, 14세기 엘리자베드 여왕이 애용하던 화장수로 영혼의 물이라고 불린 만큼 아름다움을 유지하는데 탁월하였습니다. 그리고 로마제국의 쇠퇴는 유럽에서의 일반적인 문명의 쇠퇴의 계기가 되기도 하였고, 대부분의 방향제와 지식을 잃어 벼렸습니다. 기독교 지도자들의 개인적인 향 사용으로 방탕한 생활의 천박한 사치품으로 여겨졌으며, 초기 기독교인들은 그들 자신이 씻는 것을 중지했고 더러움과 땀의 악취를 풍기는 것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중세 유럽에서 피할 수 없는 페스트(흑사병)는 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질병의 원인으로 여겨진 더러운 냄새를 일반적으로 강한 방향 허브 오일로 감추는 일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페스트에 대항하기 위해서 나라에서는 대기를 정화시키기 위해 거리에 방향제 나무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이때 클로버가 가득 담긴 오렌지로, 이것은 포맨더라는 도구였는데, 들고 다니거나 병실 창가에 두기도 했습니다. 11세기~13세기말까지의 십자군 전쟁 시기에는 허브와 향신료 향수 등을 유럽으로 가져오기 위해 중동지역과의 무역의 길을 개척하였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의상과 일상생활에서 오일의 성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15세기에 이탈리아인들은 오일의 성분을 이용하여 향수의 기술을 발달시켰습니다. 프랑스는 17세기 루이 14세 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남부 그러세 지방에서 향기 식물을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품질이 우수한 오일의 전통적인 산지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5) 근대 이후 현대 : 1800년대 들어오면서 화학 분야는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1825년에 쿠마린의 발견과 1868년에 쿠마린 합성, 1891년에 멘톨 합성 등의 성과가 있었고, 1890년대 후반에는 제라니 올과 시트로 네롤 같은 성분들이 밝혀졌습니다. 1882년 발간된 '물질 의학과 치료'에는 향유에 대한 과학적인 평가가 처음으로 언급되기도 하였으며, 따라서 식물들의 치료적 효능을 가진 성분들을 확인하고 분리해 내는 작업이 중요하게 간주되었습니다. 19세기 이후로는 압착 법과 유기용매로도 추출하게 되었습니다. 1880년대 말 미생물이 많은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고, 몇몇 에센셜 오일들은 항균성 물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부 프랑스 남부 지방의 꽃들이 많은 지역에서 결핵의 발병률이 낮은 것에 주목했고, 당시에는 결핵은 일반적인 질병이었지만 꽃과 허브를 소유했던 농부들은 호흡기 질환으로부터 자유로웠습니다. 이런 이유로 1887년 에센셜 오일은 항박테리아 특성에 대한 최초의 실험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1910년 7월 실험실 폭발사건 후 심한 화상을 입은 손을 라벤더 오일을 바르고 치유되는 과정을 보면서 우연히 오일의 치료적 특성을 발견하게 되면서 에센셜 오일의 성분 연구가, 화학자인 가트 포세를 중심으로 체계화되었습니다. 이후 프랑스 외과 의사 출신인 장 발레 박사로 이어져 1964년 'The practice of Aromatherpy'를 저술하였고, 국제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장 발레의 연구는 그의 제자 인 오스트리아의 생화학자 마가렛 마리에 의해 전해져 그녀는 미용 전문가로 활동하며 연구하여 향기요법 마사지 테크닉을 개발하고, 클리닉을 개설하여 학생들을 지도하였습니다. 그녀의 저서로는 생명과 젊음의 비밀(The Secret of Life and Youth) 이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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